| 니케(Nike)는 그리스 신화에서 승리의 여신에 해당한다. 로마 신화에서는 빅토리아(Victoria)가 이와 동격이다. 니케의 가족들을 살펴보면, 그녀의 부모는 티탄 신족인 팔라스(Pallas)와 저승의 강을 관장하는 여신 스틱스(Styx)이고, 경쟁심을 뜻하는 젤로스(Zelos)와 힘을 뜻하는 크라토스(Cratos), 그리고 폭력을 뜻하는 비아(Bia)가 그녀의 남매들이다. 이 남매들은 모두 제우스가 티탄 신족과 전쟁을 치를 때 어머니 스틱스의 손에 이끌려 제우스의 편에 서서 티탄들을 제압하는 데 공을 세웠는데, 이 때 니케는 제우스의 전차를 몰았다고 한다. |
| 이처럼 니케는 신화 속에서 대체로 제우스, 혹은 전쟁의 여신 아테나(Athena)와 관련하여, 그리고 전투와 경쟁의 승리자에 대한 배후로서 등장할 뿐이다. 니케에 관해 단독으로 전하는 일화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 그리스에서 이 여신의 존재는 특별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대인들은 도기화와 신전의 조형물들, 그리고 주화 등에 여신의 모습을 표현하고 새겨 넣었다. 그리고 그 전통이 로마 시대로까지 이어졌다. |
1 작자미상, [잔(젖꼭지 모양) : 두 젊은이 사이의 니케아 (승리의 여신)], BC 530세라믹, 루브르 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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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작자미상, [상(像)(토르소 조각 일부): 전리품을 든 승리의 여신], BC 509조각, 대리석, 루브르 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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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모트라케 섬에서 발견된 니케 여신상 |
| 그 가운데서도 단연 우리의 이목을 끄는 고대의 작품은 바로 1863년에 에게해 북서부의 사모트라케(Samothrace) 섬에서 발굴된 니케 여신상이다. 당시 터키 아드리아노플(Adrianople)의 프랑스 영사이자 아마추어 고고학자였던 샤를 샹푸아소(Charles Champoiseau)는 100개가 넘는 파편들 상태로 조각상을 발굴해냈고 이는 곧장 루브르 복원실로 옮겨졌다. 복원을 통해 드러난 여신의 모습은 실로 놀라웠다. 머리와 두 팔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 유려한 자태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에 견주어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
| 원래 여신상이 있던 자리도 밝혀졌다. 10여 년 후 오스트리아 발굴팀이 대리석 뱃머리 위에 여신상이 놓여 있었음을 알아냈고 아마도 분수대 중앙에 이 조각상이 조성되었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었다. 대리석으로 된 뱃머리 위에 서서 바람을 가르고 옷자락을 펄럭이며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여신의 모습이란 가히 환상적이었을 것이다. 학자들은 또한 어깨의 위치로 미루어 오른쪽 팔은 앞으로 뻗고 왼쪽 팔은 자연스럽게 뒤로 늘어뜨린 상태였을 것이라고 파악했다. 한쪽 발을 앞으로 내밀어 허리를 약간 뒤튼 자세는 콘트라포스토의 변형을 보여주며, 마치 물에 젖은 듯 몸체의 곡선을 따라 흐르는 얇은 옷감의 묘사 등은 헬레니즘 조각의 정수로 평가되었다. |
1 작자미상, [사모트라케의 니케],
BC 331조각, 대리석, 루브르 박물관 소장 |
2 [사모트라케의 니케], 측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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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여신의 머리와 팔은 찾을 수 없었지만 다행히 1950년경에 오른손이 발견되었다. 남아 있는 손가락의 형태로 볼 때 여신은 대롱과 같은 긴 물체를 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승리의 나팔이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처럼 니케 여신이 뱃머리에 서서 승리의 소식을 전하는 모습은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기원전 4세기부터 로마 시대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형적인 도상 형식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그 표현의 섬세함과 생동감은 사모트라케 섬에서 발견된 니케 여신상이 단연 발군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대중적으로 니케 여신이 유명해진 것은 사모트라케 섬에서 발견된 여신상의 공이 컸다. |
1 작자미상, [사모트라스의 승리의 여신의 오른쪽 손과 손가락 조각 일부], BC 190조각, 대리석,루브르 박물관 소장 |
2 작자미상, [작은 상 (像) : 승리의 여신], BC 3세기구운 진흙, 루브르 박물관 소장 |
| 여신이 선택한 승리자로서 정당성을 얻다 |
| 사실 [사모트라케의 니케]는 에게해 동남쪽의 로도스(Rhodes) 섬 사람들이 거의 반대편에 위치한 사모트라케 섬까지 와서 승리를 기원하며 세운 조각상이었다. 로마의 동맹국으로서 사모트라케를 선점하기로 한 로도스인들이 기원전 190년경 트라키아를 접수한 안티오코스 3세와 시데 해전을 치르게 되고, 이 해전을 기념하기 위해 이른바 전승 기념물을 세운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여신상을 만든 대리석과는 달리 뱃머리의 대리석은 로도스 섬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했다. |
| 이처럼 고대인들은 그들이 치르는 수많은 크고 작은 전쟁과 굳이 유혈이 필요 없는 논쟁의 자리에서조차도 니케 여신의 수호를 기원했다고 한다. 이는 후대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17세기 프랑스 아카데미를 이끈 화가 노엘 쿠아펠(Noël Coypel)의 작품은 신화를 주제로 하여 거대한 뱀 피톤(Python)을 활로 쏘아 죽인 아폴론(Apollon)과 그에게 관을 씌어주는 승리의 여신을 그린 것이다. 그러나 루이 13세의 궁정화가였던 필립 드 샹페뉴(Philippe de Champaigne)는 자신이 섬기는 군주를 승리자로서, 그에게 면류관을 수여하는 승리의 여신과 함께 그리고 있다. |
1 노엘 쿠아펠, [사악한 뱀 파이톤을 죽이고 승리의 여신으로부터 관을 받는 아폴론], 17세기경캔버스에 유채, 베르사이유와 트리아농 궁 소장 |
2 필립 드 샹페뉴, [승리의 여신으로부터 면류관을 받는 프랑스의 왕 루이 13세], 17세기경캔버스에 유채, 루브르 박물관 소장 |
| 전쟁뿐만 아니라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라면 어디든 승리의 여신의 가호가 필요한 법이다. 치열한 격전지에서 얻은 승리의 배후에 신이 있다면 그 승리로부터 파생되는 권력과 명예, 그 밖의 모든 부차적인 것들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을 것이다. 니케가 신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일화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존재감에 있어서는 여느 주요 신 못지않았음을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
- 글 이민수 | 미술칼럼니스트
-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졸업,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인간, 사회 그리고 미술의 상호 관계와 이 세가지가 조우하는 특정 순간을 탐구하는 데에서 미술사학의 무한한 매력을 느낀다. 보다 가까운 미술사, 소통하는 미술사에 대해 고민하며 집필 및 강의 활동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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