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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신화 속의 인물 안티고네(Antigone)는 테바이의 왕 오이디푸스(Oedipus)와 왕비 이오카스테(Iocaste)의 딸이다. 오이디푸스가 누군가? 바로 그 유명한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푼 영웅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는 불운한 신탁에 따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비극적인 운명의 소유자였다. 이오카스테는 오이디푸스의 어머니이자 아내였으니, 이 천인공노할 근친상간의 소생 안티고네의 삶이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
| 안티고네에 관한 일화의 대부분은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작가 가운데 한 명인 소포클레스(Sophocles)의 비극 『안티고네』를 통해 전해진다. 기원전 441년경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에서 소포클레스는 기존에 미미하게 알려져 있던 여인 안티고네를 새롭게 재창조해냈다. 이후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는 수많은 후대 예술가와 학자들을 자극하며 인용되고 분석되었다. 미술작품에 등장하는 안티고네의 일화들을 감상하면서 이에 대해 좀 더 짚어보도록 하자. |
| 오이디푸스 가문의 비극이 시작되다 |
| 소포클레스에 따르면 안티고네의 아버지이자 오빠인 오이디푸스 왕은 자신이 아버지의 살인자이며 어머니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스스로 눈을 찔러 장님이 되었다. 이오카스테는 이미 목을 매달아 자살한 뒤였다. 이는 소포클레스의 또 다른 희곡 작품 『오이디푸스 왕』의 결말이다. 『오이디푸스 왕』은 『안티고네』, 『콜로누스의 오이디푸스』 와 함께 소포클레스의 비극 3부작으로 통한다. 제작연도는 『안티고네』가 가장 앞서지만 줄거리 상으로는 『오이디푸스 왕』이 1부, 『콜로누스의 오이디푸스』가 2부, 『안티고네』가 마지막 3부에 해당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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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니녜 가녜로, [신께 자녀들을 맡기는 눈 먼 오이디푸스], 1784년 캔버스에 유채, 스톡홀름 국립미술관 |
| 이오카스테는 죽고 오이디푸스는 장님이 되었으며 이들에게서 태어난 쌍둥이 형제 폴뤼네이케스(Polyneices)와 에테오클레스(Eteocles)는 왕위를 잇지도 못한 채 외삼촌인 크레온(Creon)의 섭정을 지켜봐야만 했다. 두 딸 안티고네와 이스메네(Ismene)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없었다. 이후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에서는 테바이에서 추방된 오이디푸스가 그를 돌보는 딸 안티고네와 함께 아테나이 근교 콜로노스에 있는 '자비로운 여신들'의 성역에 이르러 과거 아폴론에게서 받은 신탁을 떠올리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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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앙리 레비, [테베에서 벗어나는 오이디푸스,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 19세기경캔버스에 유채, 95×67cm, 랭스 미술관 소장 |
| 2 샤를 프랑수아 잘라베르,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 1842년캔버스에 유채, 115×147 cm, 루앙미술관 |
| 오래 전에 받은 신탁은 '자비로운 여신들'이 다스리는 곳에서 오이디푸스의 고달픈 인생이 끝날 것이되 그를 받아주는 자는 이익을, 내쫓는 자는 재앙을 얻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때마침 테바이의 크레온 역시 섭정 이후 폴뤼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의 왕위 다툼에서 에테오클레스 편을 들던 차에 오이디푸스가 손들어 주는 아들이 승리할 것이라는 새로운 신탁을 전해들은 터였다. 크레온은 오이디푸스를 설득하고자 이스메네를 콜로노스로 보냈고, 신탁의 소문을 들은 폴뤼네이케스 또한 오이디푸스를 찾아왔다. 그러나 오이디푸스는 권력에 눈이 먼 두 아들이 서로를 죽일 것이라는 저주로 답을 대신했다. 폴뤼네이케스 편에 선 안티고네의 간청도 소용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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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앙투안 테오도르 지루스트,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1788년 댈러스 미술관 |
| 안티고네의 신념, 그리고 죽음 |
| 끝내 아들들을 용서치 않은 오이디푸스는 아테나이 왕 테세우스에게 자신의 무덤을 보호해줄 것을 요청하고 숨을 거두었고, 두 아들은 오이디푸스의 저주에 따라 테바이의 왕위 계승권을 건 싸움에서 서로의 칼에 찔려 죽고 만다. 이제 이야기는 『안티고네』로 이어진다. 테바이의 왕이 된 크레온은 자신이 지지한 에테오클레스의 시신은 성대한 장례를 치러주라 했으나 폴뤼네이케스의 시신은 짐승의 밥이 되도록 마을 밖에 버려두게 했다. 무덤을 지어주는 것도 그를 애도하는 것도 크레온의 명령에 따라 금지되었다. |
| 본래 1년씩 번갈아 테바이를 다스리기로 했으나 먼저 왕이 된 에테오클레스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자 폴뤼네이케스가 전쟁을 일으키면서 반역자로 낙인 찍힌 것이었다. 안티고네는 사랑하는 오라비의 시신을 그냥 버려둘 수 없어 늦은 밤 몰래 마을을 빠져 나왔다. 마침내 그녀는 시신에 흙을 덮고 장례를 치러주었다. 이는 죽은 혈족의 장례를 치러주는 것은 신이 정한 불문율이며 이를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는 신념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경비병들에게 잡힌 안티고네는 신의 법이 인간이 정한 법에 우선한다고 크레온에게 항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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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오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 [에테오클레스와 폴뤼네이케스], 1725년경~1730년경캔버스에 유채, 182×383cm, 빈 미술사 박물관 소장 |
| 2 나키포로스 리트라스, [죽은 폴뤼네이케스 앞의 안티고네], 1865년캔버스에 유채, 100×157cm, 아테네국립미술관 |
| 안티고네는 크레온의 아들인 하이몬(Haemon)의 약혼녀, 즉 미래의 며느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안티고네가 폴리네이케스의 편을 든 것에 대해 "나는 서로 미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어요"라고 당당히 말하자, 크레온은 그녀에게 사형을 선포한다. 크레온은 하이몬의 만류와 저항에도 불구하고 안티고네를 소량의 음식과 함께 석굴에 매장해버린다. 때마침 크레온 앞에 나타난 테바이의 예언자 테이레시아스(Teiresias)는 살인죄와 하계 신들을 욕보인 죄값으로 혈육의 죽음과 재앙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가버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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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마음에 크레온은 석굴로 달려갔으나 이미 안티고네는 목을 매달아 죽은 뒤였고, 그 시신 앞에서 정신을 반쯤 놓은 하이몬의 칼이 아버지를 향했다. 그러나 가까스로 빗나간 칼의 다음 목표는 바로 하이몬 자신이었다. 크레온은 눈 앞에서 아들의 죽음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비극은 계속되었다. 크레온의 아내 에우뤼디케가 아들의 자살 소식을 듣고 그 즉시 저승으로 따라나선 것이다. 남편에 대한 저주의 말이 그녀의 유언이었다. 또 한번의 재앙에 크레온은 그제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으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학자들은 크레온과 맞서 대항하는 여인 안티고네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여러 가지 분석을 시도했다. 특히 두 인물의 대결구도는 국가와 개인, 보편과 특수, 인간의 법과 신의 법, 남성 질서와 여성 윤리라는 이항으로 설정되곤 했다. 그러나 헤겔(G.W.F. Hegel)을 비롯해 정신분석학자 라캉(Jacques Lacan), 그리고 여성학자들과 같은 많은 이들이 주목한 안티고네는 다양한 차이를 보이며 각각의 다른 모습으로 이해되었다. 새로운 안티고네의 출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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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릭 레이튼, [안티고네], 1882년
캔버스에 유채, 58.5×50cm,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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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민수 | 미술칼럼니스트
-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졸업,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인간, 사회 그리고 미술의 상호 관계와 이 세가지가 조우하는 특정 순간을 탐구하는 데에서 미술사학의 무한한 매력을 느낀다. 보다 가까운 미술사, 소통하는 미술사에 대해 고민하며 집필 및 강의 활동을 겸하고 있다.
이미지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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