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도 없이 함박눈이 펑펑 쏟아질 때면 본연의 색이 사라진 들녘에서 오래 전 보았던 흑백 영화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풍경 속으로 한 발 내딛으면 추억의 영화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은 잠시, 부산한 기척에 화들짝 놀라 주위를 돌아봅니다. 박새 여러 마리가 처마 밑까지 날아들어 날갯짓을 제법 요란하게 합니다. 갑자기 내린 눈에 새들도 당황한 걸까요. 저들이 먹다 남긴 해바라기 열매가 온전한지 탐색하는 눈치입니다. 야생에서 빈 몸으로 살아가는 이웃들을 생각하면 혹독한 추위가 길게 이어져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올겨울은 예년에 비해 덜 춥고 눈도 적어 추위도 부드럽게 지나고 있습니다. 입춘을 맞이하는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 많이 비우고 더 많이 가벼워지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계절마다 어울리는 음식이 있듯 추워야 제 맛 나는 간식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견과류와 곡물로 만드는 강정은 으스스 추워지고 설이 가까우면 불현듯 생각납니다. 바삭하고 고소하면서 영양도 풍부해 틈틈이 입맛 다시기에 좋고 출출할 때 허기도 채워주는 강정은 마음을 나누는 선물로도 그만입니다.
재료 준비
땅콩 2컵, 검은콩 1컵, 해바라기씨 1/2컵, 흰들깨 1/2컵, 쌀조청 140cc(약 2/3컵),
황설탕 3큰술, 물 1큰술, 포도씨유 약간, 사각 틀, 비닐 또는 호일
만드는 방법
1. 검은콩은 씻어 건져 김 오른 찜솥에 40분가량 찐다. 한두 개 맛을 보고 충분히 익었으면 식혀서 달군 팬에 은근한 불로 볶는다.
2. 땅콩은 타지 않게 은근한 불에 볶아서 식으면 껍질을 벗긴다. 흰 들깨와 해바라기씨도 각각 볶아서 1과 섞어놓는다.
3. 강정 분량을 가늠해 적당한 크기의 사각 틀을 준비하고, 비닐(또는 호일)을 깔아준 다음 기름을 살짝 고르게 묻혀놓는다.
4. 조림 팬에 조청ㆍ설탕ㆍ물을 넣고 열을 가해 거품이 일며 끓어오르다 걸쭉해지면 약불로 줄인다. 여기에 2를 넣어 뒤적여가며 조리고, 알맞게 엉겨 붙으면 불을 끄고 포도씨유 약간만 넣어 고루 섞는다. 시럽은 충분히 끓여주고, 강정 재료를 넣은 후에는 오래 조리지 않는다.
5. 한 김 나가면 틀에 붓고 기름칠한 비닐을 덮고 표면을 눌러가며 평평하게 다듬어 굳힌다.
6. 완전히 굳기 전에 꺼내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